요약 |
주디스 버틀러의 논쟁적인 책 『혐오 발언』소위 ‘혐오 발언’, 즉 상처를 주는 말의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인들의 망언과 직장 내 성희롱과 갑질과 폭언들은 연신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각종 소셜 미디어와 포털 사이트의 언론 기사 댓글들에서 불쾌한 혐오 발언들을 우리는 매일같이 접하게 된다. 이 혐오 발언이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란 절대적인 것일까? 국가에 혐오 발언의 규제를 맡겨도 되는 것일까? 혐오 발언에 대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에서 혐오 발언, 포르노그래피, 흑인 갱스터 랩음악, 동성애자의 자기 선언, 십자가 소각, 국가 검열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상처를 주는 말’을 다룬다. 특히 타인의 호명을 통해 탄생하는 주체, 그로 인한 행위주체성(agency), 화자와 권력의 문제, 검열과 책임, 혐오 발언에 대한 국가 규제의 문제점, 혐오 발언에 대한 수신자들의 저항 등에 관한 심층적이고 난해하지만 본질적인 철학적 질문들을 다룬다. 따라서 『혐오 발언』에서 버틀러가 던지는 이런 질문들은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상처를 주는 말’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사유들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버틀러는 혐오 발언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사라 살리), “낸시 프레이저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며 토론되는 철학자 중 한 명”(리처드 로티)으로 소개되곤 하는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수행성, 패러디, 드래그 등의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버틀러는 이 책 『혐오 발언』에서 포르노그래피와 인종차별주의가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페미니스트들과 반인종차별주의 이론가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낸다. 그녀가 비판하는 이론가들은 모두 혐오 발언을 규제하자는 어떤 ‘평등’주의적 논증을 제기한다. 즉 발언이 집단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틀러는 이런 논증들을 거부한다. 궁극적으로 그녀는 혐오 발언에 대한 어떤 규제도 제정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규제는 “발언을 ‘재의미부여’하고 ‘재수행’함으로써 이런 발언에 도전하도록 일깨워질 자들을 침묵시키도록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틀러가 비판하는 이들은 모두 ‘상처를 주는 말’에 대해, 이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행사하는 차별 행위이고, 이 말들은 곧 행위가 되며 수신자를 열등한 지위로 종속시킨다는 견해를 편다. 그들은 혐오 발언이나 포르노그래피가 ‘그냥 말only words’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혐오 발언을 폭력이자 차별 행위로 간주한다. 버틀러는 어째서 이런 이론가들을 비판하는 것일까? 그녀는 혐오 발언의 이런 해악들을 부정하는 것인가? |